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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및 정보

와인 마개의 변화

by frhp맨 2021. 11. 19.

와인 품질이 유지되도록 보관하는 문제는 와인이 탄생한 때부터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고민거리중의 하나였다. 옛부터 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와인에 꿀을 혼합하고 다시 위에 올리브 오일을 부은 상태하에 커다란 도자기 항아리에 넣고 서늘한 땅속에 묻었다. 16세기에는 오래 보존하기 위해 브랜디와 섞어서 알코올 도수를 높게 한 와인을 만들기도 했다. 즉 먼거리까지 이동해서도 마시기 좋게 하기 위해 와인에 주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통 주정 강화를 거치지 않은 비교적 신선한 와인은 생산되자마자 즉시 소비되었는데, 이런 와인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었으며 또한 역사적으로 오래된 와인보다도 값이 높았다. 와인 숙성을 위한 저장 방법은 18세기 이후 병과 코르크가 사용되면서 비로소 정착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코르크 마개로 막은 채 병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면 식초로 변질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떤 와인은 품질이 향상되기도 했는데, 레드 와인이 특히 그랬다. 이후부터는 숙성과정을 거친 오래된 와인이 갓 제조된 신선한 와인보다 값이 비싸지기 시작했다. 

와인병의 마개로 흔히 사용되는 코르크는 코르크 오크나무의 껍질로 제조되는데 원산지는 포르투갈 남부, 스페인, 알제리 등이다. 코르크 조직을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있다. 바로 1인치 입방체당 14개 면적으로 된 2억 개의 공기로 채워진 세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중이 0.25에 불과해서 물보다 네 배나 더 가볍다. 또 탄성도 매우 높아서 1인치 입방체당 6.350kg의 압력에서도 잘 견디며 힘에 제거되면 원래의 모양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 밖에도 코르크 자체는 공기나 물이 거의 침투하지 못하고 불에도 잘 타지 않으며 삽입되는 용기의 윤곽에 맞게 자체적으로 모양을 갖추는 능력도 있다.

 

와인과 코르크

 

와인의 특징 중의 하나는 병에 들어갈 때부터 운송 과정을 거치는 중에도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좋은 품질을 갖춘채 생산지를 떠났다 하더라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됬을 때에는 와인이 손상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런 문제들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와인이 코르크화되는 경우이다. 이는 주로 코르크에 번식하고 있는 곰팡이에 의해 트리클로로아니솔(TCA)이라는 화합물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식으로 코르크화된 와인의 특징은 와인에서 곰팡내와 흙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와인은 대개 무미건조하며 씁쓸한 맛이 나고 아무런 특징이 없게 된다. 참고적으로 와인이 코르크화될 확률은 2~5%인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이 코르크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코르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개 좋지 않은 코르크는 외관이 스펀지와 같고 안에 흠집이나 구멍들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코르크의 사용을 배제하는 대신에 합성 재질로 만들어진 마개나 돌려서 여는 스크류 캡을 사용하는 쪽으로 전환중이다. 

 

이처럼 스크류 캡에 대한 인식이 점차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코르크에 대한 애착과 믿음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 '코르크 예찬론자'들은 와인이 숙성하는 데 코르크 마개가 지대한 공헌을 하며 만약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에 스크류 캡을 적용하면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풍미가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와인 소비자들도 코르크가 지니는 낭만적 매력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해서 코르크 마개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스크류 캡

 

스크류 캡은 앞서 언급한 TCA에 오염될 위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코르크보다는 안전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이 스크류 캡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전체 와인 마개 생산량 중 스크류 캡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신대륙 와인 산지를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중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저가 와인은 물론이고 고가 와인으로도 스크류 캡의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스크류 캡이 사용되면 와인에 침투하는 산소의 양이 매우 적어지면서 과일 풍미가 오래 유지되고 산화되는 속도도 느려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로 과일 풍미가 지배적이며 생산과 동시에 빠른 기간 내에 소비될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신대륙 와인 산지에서는 스크류 캡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크류 캡을 사용하게 되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는 과다한 환원 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에는 불탄 성냥 냄새나 양파냄새, 땀냄새 등과 같이 불쾌한 향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확률은 코르크 마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TCA오염확률보다는 훨씬 낮다. 

 

현재 이 스크로 캡이 주로 사용되는 와인은 빠른 시간내에 소비되는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스크류 캡에 의해 밀봉된 와인이 과연 장기간 동안 숙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르크의 일반적인 역할이 외부 공기가 병속으로 침투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인 만큼 스크류 캡과 같은 대체 마개가 코르크보다 품질과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옳은 주장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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