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밥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출근길이나 아니면 퇴근길에 만나는 사람중에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런 현상은 수치로 잘 나타나는데, 지난 2013년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중 19세 이상 성인의 주당 커피 섭취 횟수는 12.3회로 김치(11.8회)와 쌀밥(7.0회)을 제치고 단일 음식 가운데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이런 현상에 따라 커피의 수입량과 커피시장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는 인스턴트커피와는 달리 원두커피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전국민의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커피를 다루는 전문가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리스타이다. 이 바리스타의 주역할은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음료를 추출하여 손님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최근 커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서 증가하고 있다.
바리스타의 역할
바리스타란 이탈리아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도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지만 엄연히 말하면 바리스타는 바텐더와는 다른 의미이다. 즉 바리스타는 바 안에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고 더 정확히는 추출되는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사람을 뜻한다.
양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바리스타는 우선적으로 좋은 원두를 고른다. 이를 위해 바리스타는 항상 커피 산지의 특성과 로스팅 상태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원두의 특성에 맞게끔 추출 방식을 정하는 것도 바리스타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등의 추출방식에 맞는 물의 양이나 온도, 추출시간 등을 정확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리스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커피를 자신이 손수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어찌 보면 바리스타는 제조업인 동시에 서비스업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서는 손님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손님과 안부인사를 건네면서 인간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좋은 재료로 최상의 맛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요리사와 비슷하지만 손님과의 대면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와인 소믈리에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
최근 들어 바리스타들은 그들만의 전문성을 더 갖추기 위해 로스터(roaster·생두를 볶는 사람)나 커퍼(cupper·커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사람) 업무까지 병행하기도 한다. 특히 소교모 업체의 경우 바리스타가 생두 구입부터 서빙까지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모든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커퍼(cupper)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에 소속된 커피 품질 인증소(CQI)에서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발급하는 '큐-그레이더'(Q-grader) 자격증을 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큐-그레이더란 커피 품질의 등급을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바리스타는 커피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커피를 파는 장소인 카페의 전체적인 관리도 병행한다. 기본적인 설거지와 청소부터 시작해서 재고 조사 등을 비롯한 각종 사무도 챙겨야 한다. 개인 숍을 운영할 때에도 이런 업무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끈기와 성실함 필요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자질은 물론 커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다. 한 바리스타는 "스스로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일을 오래 하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우선 흥미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고,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깊은 공부로 이어지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다가 탁월한 미각이나 후각의 소유자라면 더 쉬운 출발을 할 수 있다. 커피도 일종의 식재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확한 맛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원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 이 밖에도 에스프레소 머신 등의 기계 특성을 파악하는 것과 손님의 취향에 맞게 커피 맛을 조절할 줄 아는 순발력도 요구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결국 충분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바리스타도 반복된 경험과 꾸준한 노력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도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끈기와 성실함을 꼽는다.
칭찬 한마디의 중요성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리스타의 일은 의외로 많다. 매장조건이나 업무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8시간에서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게다가 업무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하는 업무환경에 따라 체력적인 부담도 크다. 게다가 커피 추출과 같은 육체 노동에 손님 응대와 같은 감정노동까지 더해지면서 이에 따른 피로감도 상당하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바리스타가 실제로 커피를 만드는 시간은 전체 업무 중 20%에 불과하다"며 "잡다한 카페 운영의 전반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고역에 시달리는 바리스타에게 칭찬은 가장 큰 힘이 된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자신의 가게에 방문한 한 노부부에게 엘살바도르의 유명한 여성 농부가 재배한 커피를 맛보여 드린 후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정말 맛있다'고 칭찬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바리스타의 경우 자격이나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신력 있는 시험이 별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각종 민간단체들에서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은 많이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장 쉽게 바리스타가 되는 것은 일반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바리스타를 모집할 때 특별한 자격조건등이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편이다. 대신에 전문가가 되는 과정이 비교적 어렵다. 왜냐하면 직업적 성장은 개인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정해진 매뉴얼이 따로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일하면 매장 관리 기초부터 카페 운영 전반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한 음료 레시피나 응대 노하우 등도 이미 완성되어 있어서 단기간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개인 숍에서는 직접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커피 추출에 관해서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다.
카페에서 실무를 익히기 전에 이론과 실기를 먼저 배우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대학교나 각종 아카데미와 사설학원 등에서 배우게 된다. 사설학원의 경우는 국비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밖에 국내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커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전망
현재 우리나라에는 커피 전문점 2만 곳을 포함해서 커피 판매업소가 약 5만여 곳이 있다.
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창업자들의 선호 아이템 가운데 커피 전문점은 빠지지 않는다"며 "대기 수요가 꾸준히 있으므로 바리스타는 유망한 직종의 하나"라고 말한다.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에서도 계속해서 바리스타를 모집하고 있다. 특히 커피문화가 고급스럽게 발전하면서 품질 관리를 위해 큐-그레이더 등의 인재도 서로 '모셔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초기의 바리스타는 박봉과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바리스타의 경재력은 오로지 전문성과 기술력에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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