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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및 정보

스테이크 - 유래와 과학

by frhp맨 2021. 11. 15.
스테이크에 얽힌 오해

 

스테이크에 관한 오해가 하나 있다. 스테이크의 겉면을 지지는(searing) 이유가 육즙을 가둬두기 위해서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단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오해는 1850년대, 독일의 화학자인 유스투스 폰 리비히(Justus von Liebig)가 제시한 가설에서 비롯됐다. 리비히는 고기를 끓는 물에 삶을 경우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이 겉면에서 속으로 굳게되면서 껍데기(crust)를 형성하며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게 되는데 같은 이치에 의해 내부의 육즙도 밖으로 스며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일리 있어 보이는 그의 주장은 요리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가설은 1930년대 이루어진 간단한 실험에 의해 사실과는 먼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제시한 가설의 핵심 내용은 단백질을 열로 지졌을 경우 방수가 되는지의 여부이다. 물론 방수가 되지 않는다. 이는 여러 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스테이크를 굽게 되면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이는 고기 내부에 있는 육즙이 밖으로 새어나오면서 뜨거운 팬과 닿으면서 수증기로 변할 때 나는 소리이다. 만일 겉면을 지져서 완벽하게 방수처리가 되었다면 육즙이 빠져 나와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스테이크를 구워서 접시에 담게 되면 접시 바닥에 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고기에서 새어 나온것이 분명하다. 이 역시 방수처리 되었다면 당연히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의 겉면을 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맛을 내기 위함이다. 지지는 과정에서 열이 가해지면서 탄수화물 등이 반응하며 색이 변하는 한편 복잡한 맛의 화합물이 생긴다. 이를 프랑스 화학자의 이름을 따서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른다. 고기나 커피 등의 색이 변한 부분이 바로 이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로 오직  당류만 반응하는 '카라멜화'와 구분된다. 잘 지져 바삭하면서도 복잡한 맛을 지닌 껍데기(crust)는 스테이크의 핵심이다.

 

스테이크의 정의와 역사

 

스테이크라는 말은 '구이(roast)'를 나타내는 노르웨의의 옛말인 '스테이크(steik)'에 유래했다. 정확히 말하면 스테이크라는 것은 고기를 자른 방식을 의미한다. 큰 덩어리에서 근섬유의 반대 방향으로 썰고 최소한 2~2.5cm의 두께를 지녀야 한다. 이는 겉은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맛을 내고 속은 어느 정도 익지 않으면서 겉의 바삭한 크러스트와 대조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후보군의 고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스테이크=쇠고기'로 인식되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스테이크는 가장 고급스러운 식사로 자리잡아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18세기에는 런던을 비롯해서 곳곳에 '비프스테이크 클럽'이라는 이름의 남성 사교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지극히 남성스러운 음식이라는 인식이 스테이크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뉴욕의 유서 깊은 스테이크하우스들도, 하드코어 신사들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위스키를 마셔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한층 자아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테이크는 인류와 함께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옛날 로마 시대에도 여러 방식에 의해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현재 방식의 스테이크는 18세기에야 자리잡았다. 미국의 경우 스테이크하우스는 1760년대에 뉴욕에서 생겼는데 이것도 냉장기술의 발달로 목축업의 중심지였던 미주리 등 중서부 지역에서 고기의 철도 수송이 가능해지면서 부터였다.

 

스테이크는 조리방법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크는 기본적으로는 직화를 이용해서 조리하게 되는데, 석탄이나 숯등을 피우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서 복사열로 익히는 것이 기본적인 조리법이다. 이중 대표적인 조리방법이 '그릴링(grilling)'과 '브로일링(broiling)'이 있다. 그릴링이 불 위에 올려 익히는 방법인데 비해 브로일링은 불 아래에서 익힌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또한 비교적 두꺼운 스테이크는 겉만 순간적으로 지진 후에 오븐에서 마무리로 익히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화에 굽는 고기를 '바비큐'로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바비큐는 이와는 다른 방식이다. 바비큐는 서인도제도의 원주민인 타이노족이 생선을 꼬챙이에 꿰어 모닥불에서 굽던 '바르바코아'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이 바비큐의 정확한 조리방식은 다음과 같다. 구덩이(pit)라 불리는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서 불을 피우면 공간 전체가 데워지면서 그 열로 고기를 익힌다. 일반적으로 이 방식에서는 조리온도가 낮아서 재료 또한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 천천히 익는다. 즉 복사열을 이용하는 그릴링이나 브로일링과는 달리 대류열로 조리하는 것이다. 낮은 온도에서 익기 때문에 정육 부위보다는 돼지 어깨 등과 같이 정육과 지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오랫동안 익혀야만 부드러워지는 부위가 주로 조리된다.바비큐는 또한 전통적으로 장작불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훈연향이 익힌 고기에 깊게 배는 것이 그릴링이나 브로일링과 구분되는 또 하나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스테이크에 적합한 부위

 

스테이크에 적합한 부위가 따로 있는데 기본적으로 질기지 않으면서 흔히 '마블링'이라고 알고 있는 지방의 결이 정육 사이로 배어있는 부위가 좋다. 이는 조리 과정에서 지방이 녹아서 배어 나오면서 고기의 부드러움과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이 가장 잘 충족되는 부위가 '립아이'다. 미국식 분류에 의하면 소의 몸통 윗부분을 4등분한 것 중에서 두 번째 부분인 립, 즉 보통 6~12번 갈비뼈에 붙어 있는 중심 부분의 살이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등심에 해당하는 부위이다. 참고적으로 '뉴욕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부위는 립의 뒷부분에 있는 부위로 우리나라에서는 채끝으로 불리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일수록 질기고, 따라서 스테이크로 썰어 직화로 구워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부위는 부드럽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맛이 아예 없다. 대표적인 부위가 '텐더로인'이다. 이 텐더로인은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 부위로, 부드러움이 탁월하지만 다른 립아이나 뉴욕 스트립처럼 진한 맛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 텐더로인은 그 특유의 부드러움에 더해 소 한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워낙 적은 희귀성이 더해지면서 가장 비싼 스테이크이기도 하다.

 

한편 '티본'이나 '포터하우스'는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T자형의 뼈를 사이에 두고 텐더로인과 뉴욕 스트립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것으로 두 가지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스테이크다. 보통 텐더로인이 많이 붙어 있는 쪽을 티본, 스트립이 많이 붙어 있는 쪽을 포터하우스라고 부른다. 

 

그 밖에도 '푸주한의 스테이크'라고 불리는 '행어 스테이크'도 있다. 소의 횡격막에 달려 있는 이 부위는 소 한 마리에서 약 500g 정도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푸주한이 팔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먹으려고 숨겨둔다고 하여 'Butcher's Steak'라는 별명이 있다.

 

쇠고기의 숙성

 

일반적으로 갓잡은 쇠고기는 싱싱함 말고는 별로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다. 일단 도축하자마자 강직 상태가 되기 때문에 고기가 부드럽지 않을 뿐더러 숙성 과정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맛도 우러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육류는 숙성을 거치면서 맛이 우러나게 되는데, 쇠고기는 그중에서도 숙성이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기이다. 고기가 숙성되는 것은 근육에 있는 효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동물이 도살되면 세포가 기능을 멈추는데, 효소가 다른 세포를 공격해서 무미의 큰 분자를 맛을 내는 작은 분자로 변환시키게 되는 것이다. 조리 과정에서 이 분해된 성분들이 열로 인해 서로 반응하면서 새로운 분자가 만들어지고 이는 고기의 향을 한층 더 강화시켜준다.

 

다른 한편 육질의 측면에서는 칼페인이라는 효소가 근섬유를 지지하는 단백질을 약화시키는 한편, 카뎁신이 같은 단백질을 분해함과 동시에 근섬유에 있는 콜라겐의 연결 고리를 끊는다. 이는 고기를 조리할 때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도살 후 1주까지가 숙성의 첫단계이며, 2주 정도가 경과해야 고기의 맛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21일에서 25일 사이에 그 맛이 절정을 이루고 그 이후로는 맛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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